마케팅 강의를 결제하고 배너 하나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마케팅 강의를 결제하고 배너 하나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마케팅 대행사 메일을 열어보다가 시작된 엉뚱한 결심

며칠 전이었다. 평소처럼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페이지를 들락거리다가, 예전에 대행사에서 보낸 광고 제안 메일들을 뒤늦게 다시 읽어봤다. 월 수백만 원 단위의 견적서들을 보는데, 솔직히 이 돈을 쓰면 바로 매출로 직결되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어디는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하고, 어디는 ‘ROAS’가 전부라고 한다. 잘 모르는 입장에서 들으면 다 맞는 말 같긴 한데, 결국 내 통장에서 나가는 돈은 확실하니까 덜컥 겁부터 났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직접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하면 아주 순진하고 위험한 생각을 했다. 마케팅 책을 서너 권 빌려보고, 내일배움카드로 재직자 과정 강의도 하나 신청했다. 거창하게 디지털 마케터가 되겠다는 결심보다는, 적어도 대행사한테 호구 잡히지는 말아야겠다는 방어 기제에 가까웠다.

강의에서 배운 이론과 현실의 묘한 괴리

수강 신청한 강의는 꽤 체계적이었다. 타겟 분석부터 매체 집행 전략까지, 교과서적인 내용을 짚어주는데 듣는 동안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런데 막상 노트북을 켜고 실전에 들어가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강의에서는 ‘고객의 페르소나를 설정하세요’라고 하는데, 내가 파는 물건을 찾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구체화하려고 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냥 2030 여성이라고 퉁치고 넘어가기엔 요즘 광고 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골프존 광고나 대기업의 숏폼 캠페인을 예시로 보면서 저런 감각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짠 기획안은 책에서 본 이론들에 갇혀서 너무 딱딱했고, 무엇보다 내 스마트스토어의 실제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포토샵을 켜고 배너 하나에 일주일이 녹아버린 이유

이론은 대충 넘겼다 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배너를 하나 만들어보기로 했다. 미리캔버스가 편하다는 말을 듣고 들어갔는데, 템플릿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르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문구는 어떻게 써야 클릭을 유도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 할인 중’이라는 진부한 문구로 돌아오고 말았다. 새벽 2시까지 붙잡고 있다가 지쳐서 꺼버리기를 며칠 반복했다. 배너 하나 만드는데 5만 원, 10만 원을 써서 외주를 주는 게 왜 합리적인 선택인지 그때 깨달았다. 디자인 감각이 없으니 폰트 하나, 이미지 배치 하나에 끙끙대느라 정작 중요한 광고 예산 관리나 타겟 설정은 시작도 못 했다. ‘마케터’라는 직업이 단순히 광고 카피나 쓰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 작업이었다.

마케팅 업체와 나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답답한 마음에 아는 지인이 추천해 준 작은 마케팅 업체에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다. 상담 비용은 없었지만, 그쪽에서 제시한 캠페인 방향은 내가 직접 해보려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나는 당장 내 제품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은데, 업체에서는 ‘검색량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언급했다. 내가 겪은 고충을 말해도 ‘사장님, 그건 데이터로 확인해야 합니다’라는 기계적인 답변뿐이었다. 챗GPT한테 물어보고 스스로 인사이트를 얻으려던 노력도 사실 반쪽짜리였다. 나중에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기 힘든 상태가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결국 일주일 동안 씨름한 배너는 완성하지도 못했다. 스마트스토어 광고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서 일일 예산만 5천 원으로 설정해 놓고, 그냥 쳐다보기만 하다가 나왔다. 이게 제대로 돌아가는 건지, 아니면 돈만 버리고 있는 건지 데이터 수치를 봐도 잘 모르겠다. 마케팅 책을 읽을 때는 금방이라도 전문가가 될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냥 광고 설정 버튼 하나 누르는 것도 조마조마한 수준이다. 이게 내 적성에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맡기는 게 생산적인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길에 숏폼 광고들을 보며 ‘저걸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의문만 남은 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댓글 4
  • 배너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는 데이터 분석보다는 제품 자체의 매력을 좀 더 강조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미리캔버스 템플릿 선택 때문에 진짜 시간 많이 걸리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 적 있어요, 디자인 요소에 너무 집중하면 핵심 목적을 잊기 쉬운 것 같아요.

  • 직접 만들면서 시간 낭비하는 거, 정말 공감해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은 특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 배너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정말 답답하네요. 저는 오히려 템플릿 선택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