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

서점 구석에서 발견한 낡은 회계학 기본서

주말에 동네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회계학 기본서를 펼쳐봤다. 사실 몇 년 전, 한창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을 때 나도 CPA 시험을 한번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회계사 자격증만 있으면 평생 억대 연봉이 보장될 거라는 막연한 환상 같은 게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지. 당장 눈앞의 회계학 기본서 두께만 봐도 숨이 턱 막히는데, 이걸 1차 시험 과목으로 줄줄이 꿰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시험 과목만 훑어봐도 한숨이 나왔다. 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세법까지… 이걸 공부하면서 과연 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회계사라는 타이틀이 멋있어 보였는지 모르겠다.

억대 연봉이라는 타이틀의 무게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회계사 연봉 이야기가 참 많다. 한국앤컴퍼니 같은 대기업 임원들이 공인회계사 출신이라는 기사를 볼 때면 ‘아, 역시 전문직인가’ 싶다가도, 반대편에서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 때문에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글들이 보인다. 사실 내가 아는 회계사 형도 처음 1~2년 차 때는 거의 퇴근이 없었다. 새벽 2시에 택시 타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억대 연봉이라는 게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 숫자에 현혹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요즘은 AI가 다 대신해줄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도대체 이 자격증의 미래가 어디까지일지 나조차도 가늠이 안 된다. 30대 중반쯤 되니까 돈도 돈이지만, 내 시간을 통째로 갈아 넣어서 얻을 가치가 무엇인지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시험 준비 기간과 기회비용

지금 다시 CPA 시험 준비를 시작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전업으로 매달려도 2~3년은 잡아야 한다고 들었다. 학원비랑 생활비, 그리고 그동안 내가 벌지 못하는 돈까지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엄청나다. 감정평가사나 다른 전문직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 기간이나 실무 현장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또 다른 차원일 거다. 예전에는 ‘합격만 하면 다 해결된다’고 믿었는데, 지금은 합격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아버렸다. 오히려 요즘은 어설프게 자격증 하나 따겠다고 몇 년을 쓰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내 일을 더 잘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문제집 풀던 그때의 단순함이 그립기도 하다.

학원 정보와 현실의 괴리

서점에 비치된 합격 수기들을 대충 훑어봤다. ‘하루 14시간 공부’, ‘주말 없이 1년’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는데, 예전 같으면 ‘나도 할 수 있어!’ 했을 텐데 지금은 ‘저걸 어떻게 사람 몸으로 해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광고성 링크들이나 추천 자료들을 봐도 전부 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 다르게’를 외치고 있다. 과연 그렇게 급하게 달려가서 도착한 곳이 정말 내가 원하던 자리일까. 회계사 1차 시험 준비를 하던 친구가 결국 중도 포기하고 일반 회사로 들어갔을 때, 처음엔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 친구가 제일 마음 편해 보인다. 시험 과목을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느끼던 그 피 마르는 감각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들

결국 책을 덮고 서점을 나왔다. 회계사라는 직업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존경스럽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에게 맞는 옷인가 하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시험 공부를 해서 연봉을 올리는 것만이 정답일까, 아니면 그냥 지금의 적당한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게 나은 걸까. 뚜렷한 결론은 안 났다. 그냥 마음 한구석에 ‘만약에’라는 가정을 하나 더 남겨둔 셈이다. 이 고민이 나중에 후회로 남을지, 아니면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오늘 저녁 메뉴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 지금이, 사실은 시험 과목 고민보다 훨씬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만 든다.

댓글 3
  • 몇몇 친구들의 이야기 들으면서 회계사 시험 생각 다시 정리해 보게 됐네요. 억대 연봉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 하루에 14시간 공부하는 건 정말 쉽지 않겠네요. 저도 그때는 뭔가 더 드라마 같은 모습에 현혹됐을 것 같아요.

  • 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공부량만 생각해도 답답하네요. 시간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