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검색하다가 엉뚱한 차트 프로그램만 잔뜩 보고 왔다

트랙터 검색하다가 엉뚱한 차트 프로그램만 잔뜩 보고 왔다

트랙터를 찾으려던 것뿐인데

며칠 전부터 사무실에서 쓸만한 장비를 좀 알아보느라 검색창을 달고 살았다. 농업 관련 뉴스를 보다 보니 LS엠트론 트랙터 기사가 눈에 띄더라.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도 받고, MT4 시리즈니 MT9이니 하는 모델명들이 꽤 그럴듯해 보였다. 기왕이면 튼튼한 거로 알아볼까 싶어 상세 사양을 좀 보려고 구글에 ‘MT4’라고 검색을 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다. 내가 원한 건 육중한 트랙터의 스펙이었는데, 검색 결과는 온통 주식 차트 프로그램들뿐이었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빨간색 파란색 캔들 차트를 보고 있으니 내가 지금 뭘 찾고 있었는지도 순간 가물가물해지더라.

낯설지 않은 메타트레이더의 등장

검색 결과 상단에 계속해서 나오는 게 메타트레이더,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는 MT4였다. 처음엔 이게 그냥 흔한 이름인가 싶어 무시했는데,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제로마켓이니 엑설런스니 하는 업체들이 자기네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면서 엄청나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차트 분석이 쉽다느니, 원클릭 트레이딩이 가능하다느니 하는 설명들이 줄을 이었다. 알고 보니 해외선물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의 표준처럼 쓰이는 툴인가 보다. 십수 년 전 풋내기 시절에 잠깐 차트 좀 본다고 덤볐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프로그램은 디자인이 참 한결같다. 투박하고 딱딱한 인터페이스가 왠지 모르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동시에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은 복잡한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쿨러까지 MT4라는 이름을 쓰다니

검색 창을 좀 더 내리니 이번에는 PC 쿨러가 튀어나왔다. ‘SNOWMAN MT4-SE ARGB’라는 제품이다. 싸이번이라는 곳에서 만든 공랭 쿨러라는데, 컴퓨터 하드웨어까지 MT4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요즘은 화이트 컬러가 유행이라 그런지 색상 옵션을 추가했다는 뉴스도 보였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참 웃기다. 트랙터, 금융 플랫폼, 그리고 컴퓨터 부품까지. 세상 모든 분야가 자기들만의 MT4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기분이다. 가격대를 슬쩍 보니 대략 몇만 원대 안팎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트랙터의 수천만 원짜리 가격표를 보다가 이걸 보니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물론 성능이 어떻고 쿨링 효율이 어떻고 하는 건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겠지만, 일단 이름 하나는 정말 유명세 제대로 타는 듯하다.

너무 많아진 정보의 늪

어쩌다 보니 트랙터 사양 보려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검색 결과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S&P500 선물 수수료를 비교하는 글부터 시작해서, 미니 선물이니 머천트니 하는 용어들이 쏟아진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저런 게 필요한 건 아닌데, 한번 훑어보기 시작하니 멈추기가 힘들다. 이게 흔히 말하는 알고리즘의 덫인가 싶기도 하고. 차트 프로그램 하나 깔아볼까 하는 헛된 욕심이 아주 잠시 들었다가, 이내 덮어버렸다. 어차피 제대로 활용도 못 할 거 뻔한데 괜히 시간만 낭비할 게 눈에 훤하다. 저번에 드론 관련주 찾아본다고 한참 헤매던 때랑 똑같은 꼴이다.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검색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려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걸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

결국 원래 목적이었던 트랙터 정보는 거의 머릿속에서 휘발되어 버렸다.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억나는데, 구체적인 마력이나 기어 방식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대신 내 머릿속에는 메타트레이더의 타임프레임 설정창과 쿨러의 ARGB 조명만 잔뜩 남았다. 이게 무슨 낭비인가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엉뚱한 지식을 습득하는 게 나름의 재미인 것 같기도 하다. 내일 다시 정신 차리고 농기계 대리점 사이트라도 들어가 봐야겠다. 이번엔 제발 검색어에 ‘트랙터’라는 단어를 확실히 붙여서 검색해야지. 하지만 또 검색하다가 옆길로 새서 엉뚱한 제품 설명서나 읽고 있을 내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그래도 뭐, 검색하는 동안에는 꽤 집중했으니까 그걸로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참 복잡한 마음이다.

댓글 3
  • MT4 사용하면서 해외 선물 투자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대단하더라구요. 그때 풋내기 시절에 잠깐 덤볐던 기억이 생기니 신기하고, 동시에 좀 무섭기도 하네요.

  • MT4라는 이름이 금융 플랫폼이랑 컴퓨터 부품까지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 MT4라는 이름이 어디서든 등장하는 게 정말 재밌네요. 제가 예전에 차트에 잠깐 덤볐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