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실무에 뛰어든 지 8년 정도 지났습니다. 대학 시절, 주변 동기들이 전부 전산세무1급 인강을 끊거나 공인노무사 시험판에 뛰어드는 걸 보며 저도 덩달아 불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이게 필수 코스라고 믿었죠.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현실은 좀 달랐습니다.
자격증, 따면 다 될 것 같았는데
가장 흔한 실수는 자격증 개수가 실무 능력과 비례한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제 동기 중 하나는 재학 시절 전산세무1급과 각종 재경 자격증을 휩쓸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오니 실무 프로그램과의 미묘한 차이, 회사마다 다른 계정과목 처리 방식 때문에 초반 3개월은 거의 새로 배우다시피 하더군요. 제가 보기엔 그는 이론적 베이스는 훌륭했지만, ‘자격증을 따면 실무도 바로 되겠지’라는 기대와 현장 사이의 괴리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선택의 기로: 좁고 깊게 vs 넓고 얕게
회계학과 출신들이 흔히 고민하는 노무사나 세무사 같은 전문직 시험은 확실히 ‘한 방’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trade-off가 발생합니다. 시험 준비에 2년 이상 쏟아붓고 합격하지 못할 경우, 그 기간의 공백은 신입 채용 시장에서 생각보다 큰 리스크가 됩니다. 반면 전산세무 같은 자격증은 비용도 저렴하고(응시료와 교재비 합쳐 10만 원 안팎), 준비 기간도 2~3개월로 짧지만 그만큼 취득 후의 변별력은 낮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50만 원짜리 인강 결제한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본인이 그 분야의 복잡한 세법이나 규정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의외의 변수들
물리치료학과나 조경학과 같은 타 전공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학과 선택이나 자격증이 반드시 직업적 종착역이 되진 않더군요. 제가 아는 한 형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회계 자격증을 땄지만, 결국 적성에 안 맞아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직으로 전향했습니다. ‘대학 전공이 내 인생을 결정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꾸역꾸역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게 과연 경제적인가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회계 일을 계속해야 할지 가끔은 의문이 듭니다. 매년 바뀌는 세법 개정이나 금투세 같은 이슈를 볼 때마다 따라가는 게 벅찰 때가 많거든요. 실무 환경은 엑셀보다 인간관계가 더 변수일 때가 많으니 말이죠.
섣부른 확신은 위험하다
많은 학생이 수시로 원서를 넣거나 진로를 결정할 때 ‘이 길만 가면 탄탄대로’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하지만 after actually going through this 과정을 겪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자격증 취득이 실무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히 전산세무1급과 같은 과정에 매몰되어 정작 자신의 커리어를 어떤 산업군에서 쌓을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2~3년 뒤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이 조언이 필요할까?
이 글은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따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반대로 이미 목표가 확실하고, 3년 이상의 수험 기간을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제 조언은 불필요할 수 있습니다. 당장 다음 주에 있을 시험 원서 접수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정말 이 분야의 좁고 고통스러운 10년 뒤를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가장 쉬운 다음 단계는 거창한 자격증 공부 시작이 아니라, 현직에 있는 선배나 지인에게 ‘도대체 하루에 무슨 일을 하며, 무엇이 가장 스트레스인가’를 30분만 물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의 대답도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세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다르니까요.
세법 이슈 따라가는 게 정말 버겁네요. 특히 엑셀보다 인간관계가 변수로 작용한다니, 직장 생활의 현실을 잘 짚어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