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굴리다 보니까 이게 브랜딩인가 싶어졌다

서포터즈 굴리다 보니까 이게 브랜딩인가 싶어졌다

숏폼 120명 모집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 전부터 스파오 같은 데서 서포터즈 모집한다는 소식들을 계속 봤다. 숏폼 크리에이터를 120명이나 뽑는다고 해서 처음엔 좀 놀랐는데, 막상 우리 회사 규모에서 비슷한 걸 해보려고 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브랜드 입장에서 데이터를 주고 피드백을 해준다는 게 말은 쉽지, 120명의 개별 콘텐츠를 다 들여다보고 성과 데이터까지 엑셀에 정리해서 던져준다는 건 사실상 사람 하나를 온종일 그 일에만 매달리게 하겠다는 소리다. 팀장님이 이걸 한번 해보자고 했을 때, 우리 팀 인원이 3명인데 숏폼 체크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갈 것 같아서 속으로 좀 앓는 소리를 냈다.

강남 세미나 가서 느낀 폰트와 브랜드의 거리

얼마 전에 강남 가빈 아트홀에서 했던 브랜드톡 세미나에 다녀왔다. 7월이라 밖은 정말 쪄 죽을 것 같았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니까 마케터들이랑 디자이너들이 엄청 많더라. 거기서 타이포그래피가 브랜드 경험에 얼마나 중요한지 열변을 토하는데, 솔직히 나는 지금 당장 매출 안 나오면 짤릴 것 같은 실무자 입장이니까 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렸다. 우리 회사 CI 바꾼다고 했을 때도 폰트 하나 정하는 데 몇 달 걸렸던 기억이 났다. 그때 담당 업체가 제시한 견적이 수천만 원 단위였는데, 결국 윗분들 입맛에 맞는 폰트 골라놓고 ‘이게 우리 브랜드 정체성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과정이 과연 얼마나 큰 실질적 효과가 있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프랜차이즈 마케팅을 혼자 한다는 것의 무게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 보면 광고 대행사 찾거나 네이버 광고 10년 차라면서 상담해주겠다는 글들이 넘쳐난다. 나도 가끔 너무 답답해서 그런 사람들한테 연락해볼까 고민도 한다. 특히 프랜차이즈 매장 몇 군데 관리하면서 느끼는 건데, 상권마다, 점주님 성향마다, 심지어 매장 주차장이 좁냐 넓냐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디테일을 밖에서 도와주는 대행사가 100% 잡아줄 수 있을까? 가끔은 그저 돈만 쓰고 ‘이번 달 노출 수 이만큼 올랐습니다’라는 리포트만 받는 게 아닐까 싶어서 겁이 난다. 내가 직접 플레이스 관리하고 배달 리뷰 하나하나 답글 달면서 느끼는 그 현장의 피로함은 엑셀 수치로는 절대 안 잡히는 것들이다.

브랜딩과 데이터 사이의 애매한 경계

브랜드 마케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하는 일은 데이터를 쫓는 일이다. 어제는 신상품 숏폼 콘텐츠 기획안 20개를 검토했는데, 조회수가 잘 나오는 애들은 다들 자극적인 편집을 썼더라. 이게 우리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가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위에서는 자꾸 ‘브랜딩’을 하라고 하는데, 현장에서 내놓으라는 건 ‘당장 팔리는 숏폼’이다. 이 둘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메워야 할지, 아니면 그냥 원래 이런 건데 나만 예민하게 구는 건지 잘 모르겠다.

퇴근길에 드는 생각은 항상 불완전하다

오늘도 야근을 마치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광고 대행사 네임카드를 들고 고민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결국 혼자 몸으로 때우며 배운 것들이 제일 쓸모 있기는 한데, 가끔은 누가 좀 명쾌하게 ‘이렇게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라고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비겁한 생각을 한다. 사실 답이 없는 거 알면서도 말이다. 자격증 추천이나 무료 교육 같은 거 찾아봐도 다들 뻔한 소리뿐이고, 실무에서 마주하는 이 자잘하고 귀찮은 일들을 해결해 줄 치트키는 어디에도 없다. 내일은 또 아침 일찍 출근해서 서포터즈들 숏폼 피드백이나 남겨줘야지. 이게 브랜딩의 일부라고 믿으면서, 아니 그냥 월급 받기 위한 노동이라고 생각하면서.

댓글 2
  • 숏폼 피드백 남기는 게 생각보다 일이 많네요. 저희 회사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 숏폼 콘텐츠 편집 스타일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랑 알고리즘 사이선 좀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 자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