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사 자격증인 줄 알고 검색했는데
며칠 전부터 자꾸 CPA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들 회계사 자격증 하나쯤 있으면 노후가 편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하기도 했고, 이참에 전산세무 1급 책이나 미시경제학 기초라도 좀 들여다볼까 싶어서 퇴근 후에 무작정 검색창에 CPA를 쳤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내가 알던 회계사 시험 정보보다는 뭔가 마케팅 관련된 부업 사이트나 광고글이 더 많이 뜨더라. 분명 CPA라고 적혀있는데 들어가 보면 다이어트 식품 광고나 관세직 공무원 강의 홍보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처음엔 뭐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마케팅 업계에서 말하는 CPA는 ‘Cost Per Action’의 약자란다. 그러니까 내가 클릭한 광고를 통해 누군가 상담 신청을 하거나 물건을 사면 나한테 일정 금액이 떨어진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회계사 라이선스랑은 전혀 상관없는 거였는데도, 왜인지 모르게 ‘클릭당 얼마’라는 수치에 꽂혀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부업이라길래
한 사이트에 가입을 했는데, 꽤 그럴듯해 보였다. 뭐 엄청난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블로그나 SNS에 특정 링크를 걸어두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건당 수수료가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몇만 원까지 찍혀있길래 순간 ‘이거 퇴근하고 하루에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월급만큼 벌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책상 위에 쌓여있던 전산세무 1급 책이 갑자기 초라해 보였다. 공부해서 자격증 따는 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이건 당장 오늘 밤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노트북을 켜고 열심히 홍보 문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무슨 마케팅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키워드를 잡고,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멘트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 2시까지 붙들고 있었으니 말 다 했다.
현실은 클릭 한 번도 안 일어나는 적막함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내가 열심히 글을 올리고 링크를 붙여놨는데, 다음 날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조회 수가 10도 안 되더라. 아니, 10은커녕 5도 안 됐다. 열심히 쓴 글이 공중에 붕 떠버린 기분이었다. 누군가 내 링크를 통해 물건을 사거나 상담 신청을 해야 돈이 들어오는데, 그런 건 애초에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끔 들어오는 0원의 정산 내역을 보고 있자니 참 허탈했다. 회계사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적어도 공부한 만큼 머리에 남기라도 하지, 이건 뭐 아무런 소득도 없이 내 시간만 야금야금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괜히 ‘마케팅 CPA’ 같은 거 검색해서 시간을 버린 건가 싶다가도, 어차피 다이어트 보조제나 강의 홍보물을 만들면서 조금씩 문장을 다듬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 위로도 아주 잠시였다.
어설프게 시작한 일의 뒤끝
지금도 가끔 그 사이트 로그인을 한다. 수익금은 여전히 0원인데, 탈퇴하기는 또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두는 중이다. 가끔 생각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전산세무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더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정말 미국 공인회계사처럼 진지하게 전문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런 온라인 부업의 세계를 알기나 할까 싶기도 하고. 어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우연히 관세직 공무원 합격 후기 광고를 봤는데, 무심코 그 밑에 달려있는 링크 형식을 보며 ‘아, 저 사람들도 CPA 마케팅 중인가?’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어디서나 광고 링크만 보면 그게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부터 보이니, 이게 공부가 된 건지 아니면 눈만 높아진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오늘까지만 지켜보고, 내일은 정말로 회계 책을 꺼내든가 해야겠다. 물론 내일도 안 할 확률이 높지만 말이다.
관세직 광고 보고 생각났네요. 제가 클릭하면 클릭하는 방식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어요.
클릭당 금액에 집착하는 부분이 이해가 되네요. 제가 온라인에서 경험했던 광고 클릭 유도 방식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클릭당 금액에 집중하니까 결국 광고 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광고 자체의 재미에 빠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