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A 준비, 과연 노력만으로 될까? 현직자들의 솔직한 회고

CPA 준비, 과연 노력만으로 될까? 현직자들의 솔직한 회고

CPA(공인회계사)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는 건 사실 인생을 건 도박과 비슷합니다. 저도 30대 초반, 안정적인 직장을 찾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2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보내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흔히들 ‘노력하면 합격한다’고 말하지만, 이 시장에서 2~3년 공부하고도 전산회계2급 실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봤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라는 기대와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처음 6개월은 의욕에 불타올랐지만, 갈수록 방대한 회계기초 지식과 세법 조항에 압도되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무조건적인 인강 몰입’입니다. 학원 커리큘럼을 완강하면 합격할 것이라는 착각인데, 실제 시험은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는 응용력이 핵심입니다. 제가 아는 지인은 3년 내내 학원 강의만 쫓아다니다가 결국 1차 시험 점수가 제자리걸음인 것을 보고 나서야 공부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부 시간보다 중요한 건 ‘내가 이 문제를 왜 틀렸는가’를 복기하는 시간입니다. 보통 하루 10시간 공부한다면 4시간은 강의, 6시간은 스스로 씹어먹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비율을 지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미국 CPA나 한국 공인회계사 자격 자체를 너무 맹신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자격증 하나가 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격증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을 거치며 체득한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가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M&A 업무를 하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들을 보면, 그들은 자격증을 기반으로 실무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것이지, 자격증 하나만으로 풀린 케이스는 거의 없습니다. 법무사 합격수기를 읽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공부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기회비용입니다. 수험 비용으로 대략 연간 500~800만 원 정도가 깨지는데, 전업 수험생이라면 여기에 생활비까지 더해져 최소 2~3천만 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뛰어들면 공부 도중에 생계를 위한 알바를 하게 되고, 집중력이 분산되어 합격 확률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나중에 더 좋은 대우를 받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현재의 삶을 완전히 유예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 사실 지금도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공부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끝나는 경우도 너무나 많으니까요.

이 조언은 확실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 자신의 커리어를 전문직으로 전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경종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당장의 경제적 압박이 극심한 경우에는 섣불리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격증이 있으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 당장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원 결제가 아니라,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과 최소 2년 이상의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는지 스스로 냉정하게 계산해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합격률 데이터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통계는 참고일 뿐, 그 수치 안에 당신의 의지나 환경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댓글 3
  • 수험 기간 동안 쫓기듯이 공부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회계 지식 외에 문제 해결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합니다.

  • 회계기초를 씹어먹는 시간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셔서, 저도 그때 좀 늦게 깨달았더라고요.

  • 회계 문제 해결 능력 자체가 중요하더라구요. 단순히 암기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