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그냥 내 일상만 기록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문자 수가 조금 늘어나니까 메일함에 정체불명의 제안서들이 쌓이기 시작하더라. 처음엔 신기해서 몇 번 응했다. ‘블로그기자단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오는 메일들인데, 보통 가이드라인이랑 사진 몇 장을 툭 던져준다. 이걸 그대로 복사해서 올리면 건당 1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를 입금해 준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한 달에 치킨값 정도는 벌 수 있겠다 싶어 덜컥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영 찜찜한 구석이 많다.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의 숙제
매번 메일로 오는 가이드라인은 참 가관이다. 업체 측에서는 SEO에 최적화된 키워드를 넣으라느니, 사진은 몇 장 이상 배치하라느니 아주 상세하게 적어 보낸다. 근데 막상 그 원고를 읽어보면 말투가 너무 딱딱해서 내 블로그 분위기랑 전혀 안 맞는다. 나는 좀 편하게 이야기하듯 쓰는 스타일인데, 업체가 준 원고는 무슨 공공기관 보도자료 같다. 어색한 문장을 좀 고치려고 하면 ‘수정 불가’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시키는 대로 올리는 게 돈 받는 조건이니까 어쩔 수 없이 내 블로그에 이질적인 글이 하나씩 늘어간다. 내가 내 공간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건데, 주객전도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블로그 지수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
어쩌다 보니 ‘블로그 지수’라는 말에 예민해졌다.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키워드를 많이 쓰면 블로그가 저품질로 빠진다는 둥, 링크를 너무 많이 달면 안 된다는 둥 온갖 루머가 돈다. 나도 처음엔 그걸 다 믿고 벌벌 떨었다. 특히 새로 오픈한 가게 리뷰를 대신 써주는 체험단 같은 걸 하면, 위치 정보랑 지도 첨부를 꼭 해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블로그가 이상해지는 건 아닐까 싶어 불안할 때가 많다. 실제로 내가 정성껏 쓴 글보다, 대충 업체가 준 원고 복사해서 올린 글의 조회수가 더 잘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허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사기성 업체와의 미묘한 신경전
한번은 정말 어이가 없는 경험을 했다. 신규 오픈한 가게라면서 체험단을 모집하길래 갔더니, 정작 가보니까 이미 장사를 꽤 오래 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알고 보니 사기 업체들은 포털 사이트에 상호를 새로 등록한 초보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블로그 홍보 효과가 엄청나다’라고 현혹한다더라.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모르고 단순히 원고를 배포하는 역할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 업체가 폐업하고 잠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올린 글이 결국 누군가를 낚는 미끼가 된 것 같아서 며칠 동안 글을 다 비공개로 돌려버렸다. 돈 몇 만 원 벌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해질 줄은 몰랐다.
킨들퍽스 같은 정보 공유 사이트와의 괴리
블로그 운영하다 보면 킨들퍽스 같은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가져온 데이터들이 눈에 띈다. 정책이나 노동 관련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하는 일은 너무 휘발성인 것 같아 비교가 된다. 저 사람들은 본인들의 블로그를 일종의 지식 창고로 쓰는 것 같은데, 나는 내 블로그를 그냥 ‘광고판’으로 전락시킨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요즘은 그냥 아무것도 안 받고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써볼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또 막상 통장에 찍히는 소액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고, 이 마음이 참 왔다 갔다 한다.
앞으로 블로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주변에서는 그래도 블로그 체험단으로 생활비 절감한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정 붙이기가 힘들까. 가끔은 AI가 합성한 리뷰들이 넘쳐난다는 뉴스도 보는데, 사람이 직접 쓴 블로그 글조차 업체 가이드에 맞춰 기계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내가 어떤 가치를 담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메일함을 열어보니 또 ‘기자단 모집’ 메시지가 와 있다. 일단은 그냥 두고 있는데, 아마 내일쯤이면 또 귀찮아서 지워버릴 것 같다. 당분간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다시 조금씩 채워보려고 한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누가 시켜서 올리는 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글쓴이님 말씀처럼, 블로그 지수라는 개념 자체가 뜬금없게 느껴지네요. 특히 리뷰 글에서 업체 원고를 쓰는 경우, 솔직한 정보 전달이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업체 원고 읽어보니 진짜 딱딱한 말투라 그런지 블로그 분위기와 너무 달라서 좀 그랬어요. 제가 쓰는 스타일이랑 차이가 커서 불편하더라고요.
업체 원고를 올릴 때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좀 씁쓸하네요. 특히 블로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