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 알바를 하다가 마주친 이상한 구인 공고들

영화 홍보 알바를 하다가 마주친 이상한 구인 공고들

최근에 영화 홍보 관련해서 짧게 도와줄 일이 생겨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예전에는 영화 홍보라고 하면 배우들이 시사회 다니고 SNS에 인증 사진 올리는 화려한 모습만 생각했는데, 막상 구인 광고들 사이를 헤엄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 어떤 곳은 ‘제휴 마케팅’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어놓고는 실상 영화 예고편 링크를 단톡방에 뿌리는 단순 반복 작업을 요구했다. 시급 1만 원대 초반의 아주 평범한 단기 알바였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관리자가 요구하는 건 광고 대행사식의 정교한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그냥 많이 뿌리기’였다. 이게 무슨 홍보인가 싶어서 한 이틀 하다가 그만뒀는데, 영화를 사랑해서 일을 시작하려던 사람들의 마음을 참 맥 빠지게 만드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 방식의 괴리감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건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거였다. 넷플릭스에서 갑자기 알고리즘을 타고 뜨는 영화들을 보면서, 과연 이런 게 전부 정교한 전략일까 궁금했거든. 근데 현실은 달랐다. 영화 ‘경주기행’이나 ‘호프’ 같은 작품들이 배우들의 우정이나 마을의 역사를 통해 입소문을 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 반면, 내가 겪은 현장에서는 어떻게든 클릭률을 높이려고 자극적인 문구로 도배된 AI 생성 홍보 문구들이 넘쳐났다. 이게 영화의 본질이랑 무슨 상관인가 싶다가도, 나 또한 대행사에서 던져주는 그 매뉴얼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좀 씁쓸했다.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 같은 곳의 홍보물은 예술성을 강조하는데, 정작 내가 마주한 시장은 조회수 1건에 목숨 거는 그런 풍경이었다.

비전공자로서 느낀 장벽

나는 영상학과를 나왔지만, 사실 영화제작보다는 편집이나 스토리텔링 쪽에 관심이 많았다. 미술 갤러리 업무를 준비하면서 영화 영상 기록물을 제작해본 경험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 바닥에 발을 들였는데, 영상 감각을 살릴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냥 업체에서 내려오는 이미지 시안을 정해진 플랫폼에 배포하는 게 전부였다. 누가 봐도 이건 홍보라기보다 노가다에 가까웠다. 차라리 갤러리 홍보물 만드는 게 더 생산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에서는 영상 전공자가 이런 걸 왜 하냐고 묻는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영화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호기심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은 몰랐던 거다.

결국은 사람의 진심 문제

어떤 영화들은 정말 홍보 없이도 넷플릭스에서 갑자기 인기를 얻기도 한다. 대만 영화 ‘안개 낀 시절’ 같은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결국 영화의 힘이라는 게 따로 있긴 한 것 같다. 우리가 밤새워 단톡방에 링크 뿌리고 검색어 순위 올리려고 애써봤자, 결국 사람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은 영화는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쓴 글들이 과연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을까? 아니, 오히려 스팸처럼 느껴지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걱정되는 밤이 많았다. 500년 역사를 간직한 남창이라는 마을을 영화 ‘호프’가 불러냈듯이, 홍보라는 것도 결국 영화가 가진 고유한 시간을 존중해 주는 방식이어야 하는 건데, 지금의 구조는 너무 조급해 보였다.

남겨진 찝찝함과 다음의 선택

결국 제휴 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많은 광고 방식이 영화의 가치를 깎아먹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일주일 정도 짧게 해본 게 전부지만, 이 경험이 내 경력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높겠지. 광고 대행사 사람들이 말하는 ‘데이터 기반 홍보’라는 게 사실은 얼마나 허술한지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차라리 카페 알바를 하거나 갤러리 쪽 홍보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음번에는 이런 식으로 무작정 뛰어들지 말아야겠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당연한 교훈만 남았다. 2주 정도 고생하고 손에 쥔 돈은 생각보다 적었지만, 영화 홍보라는 환상 하나는 확실하게 깨뜨린 시간이었다.

댓글 1
  • 이미지 시안 배포하는 일이 영상 감각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시간만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술 갤러리에서 기록물 제작 경험을 쌓고 싶었던 이유가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