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CPA를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강의의 질이나 합격률이 아니라, 의외로 ‘응시자격’이라는 행정적인 절차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순히 회계학 점수 몇 개 채우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미국 주별(State) 요구사항을 들여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지더군요. 한국에서 CPA나 세무사를 준비하다가 AICPA로 눈을 돌리는 분들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학점은행제는 만능인가?
학점은행제를 활용해 회계학점과 경영학점을 채우는 것이 정석처럼 통용됩니다. 대개 15주 과정의 한 학기를 통해 과목당 3학점을 이수하는데, 제가 직접 해보니 비용은 과목당 5~10만 원 내외로 큰 부담은 없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학점은행제는 출석과 과제, 시험이라는 엄연한 커리큘럼이 있어서 공부와 병행할 때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이거 그냥 인강 틀어놓고 딴짓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퀴즈와 토론 점수를 챙기지 않으면 과락이 나오는데, 실제로 제 지인은 원가관리회계 학점을 채우려다 과제 제출 기한을 놓쳐서 한 학기를 통째로 날린 적이 있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많은 학원이나 교육원에서는 ‘전문 강사진의 강의로 응시 자격을 동시에 충족하라’고 광고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되는 점은 ‘공부의 양’입니다. CPA 준비를 병행하며 학점은행제를 돌리는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직장인이나 전업 수험생이 이 페이스를 6개월 이상 유지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학점이 채워지면 바로 응시 자격이 주어질 것 같지만, 평가 기관인 나스바(NASBA)의 서류 심사 과정은 정말 예측 불허입니다. 3개월 걸릴 줄 알았던 서류 통과가 6개월 넘게 걸린 적도 있었고, 학점 인정을 제대로 못 받아 추가로 강의를 들어야 했던 당혹스러운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 길을 택할 때의 트레이드오프
가장 큰 고민은 ‘시간’과 ‘비용’ 사이의 선택입니다. 빠르게 응시 자격을 맞춰서 시험을 치는 게 능사일까요? 아니요. 오히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험 응시 자격을 갖추고 시험장에 들어가, 비싼 응시료와 현지 체류비를 날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흔히 범하는 실수가 ‘일단 자격부터 만들자’는 생각에 공부를 뒷전으로 미루는 겁니다. 자격은 자격일 뿐, 합격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학점 이수 과정에서 원가관리회계나 재무회계 기본을 탄탄히 다지지 않으면 나중에 영어로 된 교재를 볼 때 두 배로 고생합니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느낀 점은, 무작정 학원 패키지를 결제하는 것보다 본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단순히 자격증 하나 더 따두려는 생각이라면 사실 이 길은 너무나 험난합니다. 공부하다 보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실제로 중간에 포기하는 비율도 상당히 높고요. 특히 학점은행제 과목 선택 시, 나중에 본인이 응시할 주에서 인정하는 과목인지, 회계학 전공 필수 조건에 부합하는지 본인이 직접 나스바 홈페이지를 뒤져봐야 합니다. 남들이 좋다는 과목이 나에게는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에게 필요한 조언인가
이 글은 CPA 준비 과정에서 AICPA라는 추가적인 자격 확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경험담입니다. 만약 본인이 이미 회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무작정 자격부터 따려는 분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반면, 이미 한국 회계사 준비 경험이 있어 베이스가 있는 분들에게는 학점은행제가 효율적인 징검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학원 상담이 아니라, 나스바의 응시 요구사항을 출력해서 본인의 성적증명서와 대조해보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작업조차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사실 자격 취득 과정에서 마주할 수많은 영어 서류와 절차들이 매우 벅차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정말 학점은행제는 체력 소모가 크네요. 지인분처럼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나스바 홈페이지에서 주별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부분이 특히 공감됐어요. 미국 주마다 기준이 다르고, 그걸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가 너무 클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