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그냥 광고 링크만 올리면 돈이 벌리는 줄 알았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하루 한두 시간씩 글을 써서 부수입을 올린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나도 혹해서 시작했다. 애초에 제휴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몰랐는데, 블로그에 글을 쓰고 그 안에 있는 링크를 통해 사람들이 상담을 신청하거나 회원가입을 하면 수수료를 받는 CPA 방식이 가장 쏠쏠해 보였다. 마침 검색해 보니 디비랜드 같은 CPA 전문 플랫폼들이 꽤 많이 나와서 바로 회원가입을 했다. 처음 가입하고 마이페이지를 열었을 때는 신세계가 열린 줄 알았다. 링크 하나만 잘 걸어두면 자고 있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혼자 들떴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작 어떤 상품을 홍보해야 할지 머천트 리스트를 보면서부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덜컥 선택한 회계학과 세무 분야 머천트들
수많은 제휴 링크 목록을 훑어보는데, 일반 화장품이나 다이어트 보조제 같은 건 건당 수익이 몇 천 원 수준으로 아주 낮았다. 반면에 세무공무원 시험 준비나 세무사학원 등록 상담, 그리고 해커스회계원리 같은 유명 인터넷 강의 수강 상담 건은 한 건당 적게는 2만 원에서 많게는 4만 원이 넘는 단가가 책정되어 있었다. 일반 쇼핑몰 제휴로 3% 수준의 수수료를 쪼개서 받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이득이겠다는 단순한 계산이 섰다. 회계나 세무 쪽은 워낙 준비하는 사람도 많고 전문적인 영역이라 정보 수요가 꾸준할 것 같았다.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단가가 높은 금융, 자격증, 교육 위주의 링크들을 무작정 골라잡았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AICPA응시자격과 CPA시험일정을 정리하려니 생기는 일
글을 쓰려고 키보드 앞에 앉았는데 첫 문장부터 막혔다. 내가 세무사나 회계사 시험을 준비해 본 적이 없으니 쓸 말이 없었다. 당장 사람들이 검색해 볼 만한 AICPA응시자격이나 올해 CPA시험일정 같은 걸 검색해가며 정보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회계학 기초 이론이 어쩌니, 회계사2차 시험 과목이 어쩌니 하는 정보들을 주워 모아 글을 쓰는데 정작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대충 다른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 글들을 참고해서 그럴듯하게 적었지만, 정보가 정확한지도 의문이었고 혹시라도 잘못된 일정을 적었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글 하나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찾고 검토하는 데만 거의 3시간 넘게 걸렸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가볍게 투자하는 부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글 하나 쓰는 데 기가 다 빨려버렸다.
정작 유입은 생겨도 데이터로 인정받기 까다로운 대행업체의 승인 기준
며칠 동안 힘들게 글을 쓰고 나니 드디어 내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가 상담 신청을 했다는 알림이 떴다. 첫 실적이 잡혔을 때는 드디어 나도 부수입이 생기는구나 싶어 꽤 기뻤다. 하지만 며칠 뒤 확인해 보니 그 실적이 ‘반려’ 처리되어 있었다. 이유를 확인해 보니 상담 신청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거나, 단순 변심으로 상담을 거부했거나, 혹은 이미 가입된 중복 정보라는 이유였다. CPA를 중개하는 대행업체의 필터링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깐깐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서 사람들을 링크로 끌어들여도, 최종적으로 대행업체에서 전화 통화가 완료되고 유효한 데이터로 인정해 주기 전까지는 나에게 단 1원도 들어오지 않는 구조였다. 결국 신청 건수는 대여섯 건이 넘었는데 최종 승인된 건 단 한 건뿐이었다.
몇 주 동안의 시도 끝에 남은 애매한 수익과 귀찮음
결국 3주일 정도 끙끙대며 매달린 끝에 내 지갑에 들어온 돈은 겨우 8만 원 남짓이었다. 매일 퇴근하고 밤늦게까지 회계사 시험 요강을 들여다보고, 세무공무원 과목 개편안을 공부해가며 글을 쓴 대가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정보성 글을 자연스럽게 쓰면서 광고 링크를 심는 것도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전문적인 분야를 억지로 지어내서 쓰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고, 무엇보다 매번 승인 여부를 들여다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게 귀찮아졌다. 이 일을 전업으로 하거나 자동화 프로그램을 돌리는 사람들을 이길 재간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익을 완전히 정산받고 나서 디비랜드 사이트 로그인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둔 상태다. 정말 이게 직장인 부업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회계학 기초부터 막혔던 상황이 이해가 되네요. 제가 그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자료를 너무 깊게 파고들다 보니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회계 관련 콘텐츠 제작에 망설여졌던 적이 많아요. 특히 초기에는 기대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아서 정말 답답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