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맡게 된 유튜브 스트리밍 업무
올해 연말 송년회는 좀 특별하게 해보자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했다. 우리 회사가 나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니, 오프라인으로 모이기 힘든 직원들을 위해 실시간 송출을 병행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할 것인가’였다. 평소에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순식간에 행사 기획부터 AV 시스템 세팅까지 도맡는 처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다. 카메라 한 대 놓고 줌으로 쏘면 끝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리스트를 적어보니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숏폼제작업체를 불러서 하이라이트라도 남길까 싶어 견적을 문의해봤는데, 송년회 하루 빌리는 비용만 최소 200만 원에서 300만 원대를 호가했다. 예산은 넉넉지 않았고 결국 내가 직접 뛰기로 했다.
스튜디오 대관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
강남 인근의 스튜디오를 여러 군데 검색했다. 방송용 조명과 오디오 믹서가 다 갖춰진 곳을 빌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3시간에 25만 원 정도 하는 곳을 예약했는데, 막상 가보니 선 정리가 엉망이었다. 야외스피커를 추가로 연결해야 해서 젠더를 챙겨갔는데, 생각보다 음향 지연 시간이 길었다. 분명 스튜디오 담당자는 다 된다고 했는데, 실시간 송출에서는 오디오 싱크가 맞지 않는 게 제일 큰 문제였다. 옆에 있던 동료는 왜 소리가 자꾸 밀리냐고 계속 묻는데, 나도 당황스러워서 일단 OBS 세팅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결국 오디오 딜레이를 수동으로 150ms 정도 맞춰두고 겨우 해결했다. 이게 정석적인 해결 방법인지 지금도 확신은 없다. 그저 현장에서 소리가 맞게 들리길 바랄 뿐이었다.
온보딩 교육 때 써먹으려다 포기한 이유
이런 라이브 송출 경험을 나중에 신입사원 온보딩 교육 때 매뉴얼로 만들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정리를 시작하자마자 마음을 접었다. 상황마다 대처법이 너무 달랐다. 예를 들어, 어떤 날은 와이파이 환경이 안정적이었지만, 또 어떤 날은 유선 랜을 꽂아도 유튜브 서버로 패킷이 제대로 안 넘어갔다. 가끔은 유튜브 라이브 생방송을 녹화해서 나중에 잘 편집해 올리려 해도, 중간에 저작권 걸린 배경음악 때문에 바로 차단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신고당해서 영상이 내려가면 복구하는 것도 일이다. 실제로 누가 내 영상을 몰래 녹화해서 올렸을 때 신고하는 방법까지 찾아봤는데, 유튜브 스튜디오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답변이 너무 느리다. 이렇게 변수가 많은 일을 매뉴얼화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가 끝난 뒤 남은 묘한 찝찝함
송년회 당일은 무사히 넘어갔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행사 직후에 유튜브 채널에 남은 영상의 댓글을 보는데 조회수가 생각보다 저조했다. 실시간 접속자는 많았지만, 다들 바빠서 끝까지 보지는 않은 모양이다. 화면 하단에 텍스트 자막을 좀 더 정교하게 넣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숏폼으로 제작해서 올릴 짧은 클립 몇 개를 땄는데, 이것도 나중에 보니까 화질이 미묘하게 깨져 있었다. 장비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회사가 고가의 하이엔드 방송 장비를 사줄 리도 만무하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만든 결과물이라 그런지 다시 봐도 만족스럽지 않다.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을 맡으라고 한다면, 글쎄, 무조건 업체에 맡기자고 할 것 같다. 직접 몸으로 때우는 건 한두 번이면 족하다.
앞으로의 불확실함
이제 연말도 다 지나갔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라이브 방송을 위해 샀던 변환 젠더나 케이블들은 서랍 속에 처박혀 있다. 언제 또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다. 유튜브 쇼핑 기능도 연동해보려고 시도했다가 복잡해서 중간에 그만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끝까지 붙잡고 있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안 하길 잘했는지도 모른다. 스트리밍 환경이라는 게 환경 변화에 너무 민감해서, 사실 어떤 장비가 완벽한 답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그날 행사가 큰 소리 없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음번에 또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하겠지 싶다가도, 아마 그땐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미리부터 걱정부터 앞선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기록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