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시작한 전산회계 1급 독학의 늪
사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매일 똑같은 루틴이 반복되는 게 조금 지루하기도 했고, 경리 업무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다들 컴활이랑 전산회계는 기본으로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길래, ‘그래, 내친김에 한번 따보자’ 싶어서 교재를 샀다. 서점에 가서 제일 유명하다는 5만 원짜리 수험서를 덜컥 샀는데, 막상 펼쳐보니 회계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차변과 대변, 분개… 처음에는 이게 무슨 암호인가 싶었다. 더존 회계 프로그램을 깔고 세팅하는 것부터 벌써 난관이었다. 설치하는 데만 거의 1시간을 썼다. 제대로 깔린 건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실행은 되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23만 원 쿠폰팩의 유혹과 현실적인 벽
공부하려고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해커스니 에듀윌이니 하는 대형 학원들 광고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3만 원 상당의 쿠폰팩’ 같은 문구였다. ‘어, 나도 이걸 써야 하나?’ 싶어서 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막상 내 상황에는 딱 맞는 게 없었다. 7만 원짜리 환급반 쿠폰을 써볼까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그냥 혼자 독학해보겠다는 객기 아닌 객기로 창을 닫았다. 사실 그 쿠폰들을 다 쓰고 수업을 결제하면 결국 몇십만 원은 나가는 거니까, 처음부터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로 일하는 친구는 차라리 실무 위주로 배우는 게 낫다고 하던데, 나는 지금 이론부터 막히고 있으니 참 난감하다.
더존 프로그램과 씨름하며 보낸 주말
주말 내내 더존 프로그램을 켜놓고 앉아 있는데, 이게 생각처럼 잘 안 된다. 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왜 이렇게 낯선지 모르겠다. 연습 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그게 왜 틀렸는지 해설을 봐도 이해가 안 갈 때가 많다. 원가관리회계는 정말 외계어 같고, 세무회계는 매번 바뀌는 규정 때문에 공부하다가도 ‘이게 지금도 맞는 내용인가?’ 싶어서 다시 검색하게 된다. 가끔은 세무직 준비하는 공무원 시험 공부가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혼자서 끙끙대며 기출문제를 돌리는데, 127회 전산세무회계 가답안 같은 거 보면 사람들이 벌써 채점하고 난리가 아니다. 나는 아직 개념 잡는 것도 벅찬데 말이다.
학원과 독학 사이에서 맴도는 마음
가끔은 그냥 회계사 학원에 등록해서 돈 좀 쓰고 확실하게 배우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까 싶기도 하다. 전문직 자격증이라 그런지 확실히 혼자서 파고드는 게 한계가 있다. 가끔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싶어서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볼 때도 있다. 자격증 하나 딴다고 당장 내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래도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무언가라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어제는 인강을 틀어놓고 10분도 안 되어서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노트북 발열 때문에 뜨거워져 있고, 시간은 새벽 2시였다. 그냥 책을 덮고 불을 끄는데, 참 비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 없는 매일의 작은 시도들
공부가 잘 안 풀릴 때는 그냥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브이로그를 본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차변 대변 구분하는 것부터 헷갈리고 있는데. 어떤 날은 책을 펴지도 않고 그냥 덮어버린다. 그럼에도 내일 다시 책을 펼칠 것 같기는 하다. 왠지 여기서 포기하면 나중에 진짜 필요할 때 더 후회할 것 같아서. 지금 당장은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보다는, 일단 오늘 계획한 진도까지만 다 보고 자자는 마음이다. 이게 공부인지 아니면 그냥 시간 때우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조금씩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남들도 다 이렇게 헤매면서 자격증 따는 거겠지, 라고 위안하며 내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한다.
저는 차변 대변이 너무 어려워서, 유튜브에서 회계 관련 영상 보면서 잠깐 쉬는 경우가 많아요. 뭔가 끈기가 필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