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포인트 미션의 늪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다 보면 문득 뭐라도 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싶은 순간이 있다. 보통은 그냥 멍하니 유튜브 쇼츠를 넘기거나 기사를 읽는데, 어느 날인가 토스 앱을 켰다가 우연히 ‘오늘의 포인트 미션’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이런 걸 보면 그냥 ‘광고구나’ 하고 지나쳤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클릭 한 번 해보고 싶더라. 뭐, 인형 눈 붙이기나 고전적인 부업보다는 훨씬 현대적인 느낌이랄까. 막상 들어가 보니 앱 설치부터 게임 레벨 달성, 설문조사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처음에 본 건 대충 300원짜리 설문조사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더라. 정직하게 질문에 답변하다 보니 어느새 역에 도착했다. 내리기 직전에 대충 마무리했는데 포인트가 들어왔는지는 확인도 안 하고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그땐 이게 내 일상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올 줄 몰랐다.
2분기 영업이익 소식과 나의 보상 심리
며칠 뒤에 우연히 뉴스 기사를 봤는데, 엔비티 같은 회사들이 오퍼월 사업으로 실적 반등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애디슨 오퍼월이니 뭐니 하는 전문 용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읽다가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100원, 200원 벌겠다고 퇴근길에 끙끙대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그걸로 흑자 전환을 했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래도 뭐, 소비자가 아니라 나름 데이터를 제공하는 ‘참여자’라는 생각을 하니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5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하던데, 그때부터 내 앱 내 광고 목록은 점점 더 정교해졌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 게임이나 설치하라는 식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자주 가는 동네 식당 근처의 아파트 광고나 중고차 어플 설치 같은 것도 뜨더라. 데이터가 확실히 무섭긴 하다.
프리캐시와 설문조사의 딜레마
토스 말고도 프리캐시 같은 다른 플랫폼들도 조금씩 기웃거려 봤다. 거기는 또 느낌이 다르더라. 앱 설치보다는 설문조사 비중이 좀 더 높은 느낌? 근데 이게 참 간헐적이다. 아침에 알림이 와서 들어가 보면 이미 응답 인원이 초과되었다고 뜨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 번은 2,000원짜리 설문조사라고 해서 신나서 클릭했는데, 도입부 질문 5개 정도 답하다가 ‘귀하는 해당 대상이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튕겨 나갔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5분 날리고 0원을 벌었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 안다. KT그룹웨어 알림이 올 때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결과가 이러니, 점점 오퍼월이라는 게 효율적인 건지 아니면 단순한 시간 낭비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리워드 트래픽이라는 이름의 피로감
이게 마케팅 대행사들이 말하는 소위 ‘리워드 트래픽’인가 싶다. 내가 그 숫자를 올려주는 부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떨 때는 그냥 포인트 100원을 얻으려고 3분 동안 게임 광고 영상을 멍하니 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일 때도 있다. 밥 한 끼에 만 원이 넘는 시대에 100원 벌어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또 다음 날 퇴근길이 되면 습관적으로 앱을 켜서 적립 가능한 항목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게 중독인지, 아니면 그냥 내 작은 시간을 푼돈으로 바꾸는 효율적인 노동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아무런 결과도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는 좋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일본어 번역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면서 ‘차라리 이걸 제대로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드니까 결국엔 다시 만만한 오퍼월로 돌아오게 된다.
결론 없는 매일의 기록
한 달 동안 꾸준히 해보니 커피 한두 잔 값은 모이더라. 근데 이게 ‘번 거’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시간과 데이터, 그리고 광고에 노출된 피로도를 생각하면 마이너스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앱을 켤 것 같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 광고주들이 원하는 건 이런 사소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일지도 모르겠고. 적립된 포인트가 늘어나는 숫자를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스스로가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뭐,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나. 거창한 목표 없이 오늘도 그저 그렇게 소소한 포인트를 모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 달에는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아마 내일도 똑같은 패턴이지 않을까 싶다.
300원 설문조사 하는 동안 지하철 풍경이 꽤나 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