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브랜드 기획 단계에서 겪은 용기 선택의 한계
처음에는 나만의 작은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엄청나게 간단할 줄 알았다. 제조사에서 내용물만 최소 수량으로 받아와서 대충 튜브에 담아서 팔면 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용기 선택부터 큰 벽에 부딪혔다.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보는 말랑말랑한 화장품튜브용기는 기본적으로 인쇄를 입히려면 최소 발주 수량이 만 개 이상이어야 했다. 소량으로 가볍게 시장 반응만 보려던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고 부담이었다. 방산시장에 있는 용기 전문 매장인 대웅프라텍 같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타협점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단가가 개당 1,200원이나 하는 기성 펌프 용기를 소량 사서 수작업으로 라벨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튜브보다 가격도 비싸고 패키지 디자인도 투박해져서 시작부터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뷰티체험단 모집을 위해 대행사 플랫폼을 처음 결제했을 때
어설프게나마 제품 생산을 마치고 나니 이제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지가 고민이었다. 마케팅 비용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대기업처럼 대대적인 광고를 할 수는 없었고,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나 뷰티체험단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에 내 제품이 좀 노출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체험단 플랫폼으로 알려진 레뷰(Revu)에 가입해 20명 모집 기준의 기본 패키지를 신청했다. 부가세를 포함해 약 55만 원 정도의 비용이 결제되었는데, 내심 이 정도 돈을 들였으니 게시물이 쌓이면서 바로 구매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모집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일부터가 난관이었다. 화장품법상 문제가 될 만한 과대광고 단어들을 일일이 필터링해야 해서 생각보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맛집블로거 모집과는 완전히 달랐던 뷰티 카테고리의 까다로운 반응
예전에 아는 동생이 고깃집을 오픈했을 때 맛집블로거들을 불렀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공짜로 밥만 먹여줘도 성의 있는 글들이 척척 올라와서 꽤 수월해 보였다. 하지만 뷰티 카테고리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공짜로 화장품을 보내주는데도 본인의 피부 타입과 맞지 않는다며 리뷰 작성을 거부하거나 제품만 받고 아예 연락이 두절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발송을 마친 뒤 포스팅이 완료될 때까지 평균 3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기다리는 동안 초조함만 늘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올라온 리뷰들을 꼼꼼히 뜯어보니 대다수가 손등에 살짝 크림을 바른 사진 몇 장에 촉촉해서 좋다는 영혼 없는 한 줄 평이 전부여서 힘이 빠졌다.
플랫폼광고 비용 대비 떨어지는 구매 전환율에 대한 당혹감
블로그 후기 몇십 개가 쌓인 걸 보고 기쁜 마음도 잠시, 예상했던 유입량 증가는 전혀 없었다. 이미 수많은 화장품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시장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품이 검색 결과 상단에 뜨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포털 사이트 내에서 플랫폼광고를 따로 돌려야 하나 싶어 클릭당 광고 비용이 나가는 파워링크를 걸기 시작했다. 하루 예산을 몇만 원씩 설정해 두고 며칠을 돌려봤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가끔 들어와도 결제까지 이어지는 구매 전환율은 거의 0.5% 미만이었다. 지출되는 광고비에 비해 매출은 쥐꼬리만 하니 이대로 계속 예산을 태우는 게 맞는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제휴 마케팅 링크를 심어두고 마냥 기다려야 했던 한 달의 시간
결국 고정적인 광고비를 줄여보고자 제휴 마케팅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개인 블로그나 뷰티 관련 카페에 제품 구매 링크를 올리고, 그 링크를 통해 실구매가 발생하면 판매 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정산해 주는 구조였다. 수수료율을 나름 높게 책정해 두고 여러 커뮤니티나 서평단모집 같은 성격의 이벤트 페이지에 제휴 배너를 노출해 보려 애썼다. 그러나 인지도 자체가 바닥인 신생 브랜드의 화장품 링크를 굳이 자기 채널에 정성스레 올려줄 제휴 마케터는 많지 않았다. 한 달 내내 관리자 화면을 켜고 트래픽을 모니터링했지만 클릭 횟수는 두 자릿수에 머물렀고 실제 판매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마케팅 기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길 만한 브랜드 매력 자체가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함만 남았다.
제품 링크를 올린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봤는데, 클릭 횟수가 너무 적어서 판매가 거의 안 되더라구요. 브랜드 매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