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촌 형의 동네 헬스장 오픈과 얼떨결에 맡게 된 홍보 역할
몇 달 전 사촌 형이 동네에 작은 피티샵을 열었다. 직장 생활만 하던 형이 퇴직금 영끌해서 차린 곳이라 나도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마침 내가 예전에 개인 블로그를 쪼금 운영해 본 적이 있어서, 형이 나보고 홍보 관련해서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요즘 세상에 헬스장마케팅이라는 게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플레이스 광고 없이는 굴러가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려니 머리가 아팠다. 디자인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직접 하기보다는 돈을 좀 쓰더라도 제대로 된 업체를 끼고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자체적으로 디자인마케팅을 다 해준다며 번지르르하게 포장해 놓은 곳들이 널려 있었다. 검색창에 뜨는 수많은 광고에이전시 중에서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았고, 그중 하나가 아주 친절하게 상담을 해줘서 일단 미팅을 잡아보기로 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빌딩숲 사이 광고에이전시를 직접 찾아갔던 날
상담 예약을 하고 찾아간 마케팅회사는 가산디지털단지역 6번 출구 근처에 있는 거대한 아파트형 공장 빌딩에 입주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무실들 사이로 그 회사의 간판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파티션 너머로 젊은 직원들이 바쁘게 모니터를 쳐다보며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상담 실장은 우리에게 매체 믹스니, 타겟팅 최적화니 하는 어려운 용어들을 쏟아냈다. 월 150만 원 정도면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부터 인스타그램 피드 디자인, 그리고 지역 주민들을 타겟으로 하는 스마트광고 세팅까지 한 번에 다 해결해 준다고 했다.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데 깔끔해 보이기도 했고, 우리가 직접 머리 싸매고 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마케팅대행을 맡기는 게 형의 소중한 창업 자금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3개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며칠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던 시안의 갭과 답답했던 피드백 과정
계약을 맺고 나면 알아서 척척 굴러갈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담당 콘텐츠마케터가 배정되었고 카카오톡 단체방이 만들어졌지만, 소통은 생각보다 삐걱거렸다. 첫 디자인 시안과 광고카피를 받기까지 꼬박 2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형의 피티샵은 오픈 날짜가 다가오는데 홍보는 전혀 안 되고 있어서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마침내 도착한 시안을 열어보았을 때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템플릿에 글자만 바꾼 듯한 밋밋한 이미지였다. 문구도 ‘올여름 마지막 다이어트 기회!’ 같은 지극히 뻔한 문장들이었다. 우리가 타겟으로 삼은 30대 직장인들의 감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수정을 요청할 때마다 반영되는 데 또 이틀씩 걸렸고, 매주 화요일 퇴근 이후 저녁 시간은 온통 수정 요청 사항을 정리해서 보내느라 다 써버렸다. 전문 브랜딩디자이너가 붙어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해준다더니, 실제로는 양산형 디자인을 찍어내듯 기계적으로 일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문 대행사를 쓰는 것과 크몽 프리랜서를 개별적으로 구하는 것 사이의 고민
일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월 150만 원이라는 가치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프리랜서 플랫폼인 크몽을 뒤져보았다. 거기서 개인 브랜딩디자이너에게 로고나 배너 디자인을 건당 외주로 맡기면 보통 30만 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광고 세팅도 내가 유튜브 보고 조금 공부해서 직접 돌리면 대행 수수료를 꽤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계약을 해지하고 내가 직접 다 총괄하자니, 직장 일에 치이면서 그것까지 챙길 자신이 없었다. 일일이 작업자 소통하고 가이드라인 잡아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터였다. 결국 대행사를 쓰면 편하긴 하지만 디테일이 떨어지고, 직접 하자니 몸이 부서질 것 같은 딜레마에 빠졌다. 다른 헬스장 사장들은 대체 이 과정을 어떻게 버텨내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석 달 동안의 지출 뒤에 결국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마무리한 이유
결국 약속된 3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 총 450만 원이라는 돈이 나갔는데, 그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등록하러 왔다는 회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다 간판 보고 들어오거나 전단지를 보고 온 사람들이었다. 물론 광고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조금은 올라갔을지도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매출로 연결되지 않으니 형에게 너무 미안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장 제안이 왔을 때 우리는 조용히 거절했다. 대행사 측에서는 원래 초기 3개월은 브랜딩 빌드업 기간이라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며 붙잡았지만, 매달 나가는 고정비를 감당하면서 그 말을 마냥 믿고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그냥 형이랑 내가 주말마다 틈틈이 사진 찍어서 직접 인스타그램 릴스를 올리고, 소박하게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 운영하고 있다. 퀄리티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우리 샵의 진짜 이야기가 담겨서 그런지 오히려 문의가 조금씩 늘어나는 묘한 현상을 겪고 있다. 마케팅이라는 게 참 정답이 없는 것 같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긴 하다.
저는 디자인 시안 작업 시간 때문에 비슷한 경험 한 적이 있어요. 소통 문제도 심했고, 결과물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사진 릴스 올리시는 거, 정말 현명한 선택 같아요! 저희도 초기에는 너무 많은 기대만 했었거든요.
템플릿에 글자만 바꾼 느낌이어서, 디자인 방향에 대한 좀 더 명확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