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격증 따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지
한참 AICPA 공부할 때는 합격만 하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면 어디든 골라 갈 수 있을 것 같고, 연봉 협상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근데 막상 자격증 손에 쥐고 현업에 던져져 보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좀 다르다. 물론 우대해주기는 한다. 여기저기 채용 공고 보면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 보유자 우대’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보이긴 하니까. KB손해보험 같은 곳 채용 공고에서도 보이고, 금융권이나 일반 기업 경영기획 직군에서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긴 하다.
우대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
문제는 그 ‘우대’라는 말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아는 형도 어렵게 라이선스 따고 여기저기 이력서 넣었는데, 결국 세무사 사무실 알바 시절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을 시키는 곳이 태반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자격증 하나 있다고 회사가 당장 나한테 높은 직급을 줄 이유가 없으니까. 실무는 또 완전 다른 영역이라, 엑셀이랑 ERP 돌리는 거 처음 배울 때 현타가 크게 왔다. 책에서 본 회계 원리랑 실제로 들어오는 영수증 처리하는 건 뇌 구조 자체가 다른 느낌이다.
공부할 때랑은 다른 현장의 압박
시험 준비할 때는 몇 달씩 앉아서 문제만 풀면 됐는데, 회사는 그게 아니다. 이번에도 하반기 채용 공고들 쭉 보는데, AICPA가 있으면 유리한 건 맞지만 결국은 신입사원으로서 들어가는 거더라. 4급 신입사원 모집하는 거 보면서, 이 자격증이 내 경력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보험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냥 ‘조금 더 똑똑해 보이는 신입’ 딱지 하나 붙은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없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만, 따고 나서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좀 묘했다. 다들 자격증만 있으면 바로 연봉 점프가 될 거라 착각하는데, 사실 그 자격증 값을 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현실적인 선택과 비용
학원비랑 시험 응시료 생각하면 솔직히 가성비 따졌을 때 이게 맞나 싶은 날도 있다. 학원비만 해도 몇백만 원은 우습게 깨지고, 응시료도 달러로 결제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디 세무사 사무실에서 경력 쌓으면서 틈틈이 준비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다. 나는 그냥 공부만 할 때도 죽을 맛이었는데. 자격증 따고 나니까 이제는 영어 실력이 발목을 잡는다. 미국 회계사 자격증인데 영어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인 현장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자격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 진짜 뼈저리게 느껴진다.
자격증 이후에 남은 미묘한 불안감
취업 공고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예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진 건 확실하다. 요즘은 변호사, 세무사, AICPA까지 다들 스펙이 상향 평준화돼서 그냥 자격증 하나만 달랑 들고 있으면 면접 가서 할 말이 없다. 면접관들도 다 안다. 얘가 공부만 했는지, 아니면 진짜 실무 감각이 있는지. 자격증 따고 나서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게, 그리고 이게 내 미래를 완벽하게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게 참 묘하게 남는다. 사실 지금도 이 자격증이 내 인생을 얼마나 바꿨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력서에 한 줄 더 생겼을 뿐인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아가나 싶기도 하고.
영어가 진짜 발목 잡히는 문제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서, 꾸준한 영어 공부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수증 처리하는 방식이 이론이랑 정말 다르다는 점이 와닿네요. 제가 경험했던 회사는 좀 더 복잡한 부분이 많아서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