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그냥 데이터가 잘 들어오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사실 처음에 앰플리튜드 도입한다고 했을 때, 그냥 개발팀에 SDK 좀 심어달라고 하면 끝나는 일인 줄 알았다. 팀장님이 이거 하면 초개인화니 뭐니 하면서 엄청 강조하길래, 우리 서비스 이용하는 사람들 행동 패턴이 그래프로 슥슥 그려지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 근데 막상 깔아놓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이벤트 설계라는 게 생각보다 엄청 꼼꼼한 작업이었다. 예를 들어 강남리뷰 페이지에서 사용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 단순히 ‘클릭’만 기록할 게 아니라 ‘어떤 경로로 들어와서 어떤 정보를 보고 눌렀는지’까지 다 엮어야 의미가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걸 다 잡아두지 않으니까 대시보드 켰을 때 나오는 그래프들이 너무 맹탕인 거다. 3천만 원대 견적 받은 툴 치고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
펄스 분석하다가 머리 터질 뻔한 날
이게 무슨 공학용 분석 툴도 아닌데, 데이터 흐름 잡다가 회로 설계 고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뻔했다. 우리 서비스 내에서 발생하는 펄스라고 해야 하나, 사용자들이 남기는 흔적들이 워낙 제각각이라 앰플리튜드에서 이걸 시계열 분석으로 돌리면 데이터가 너무 튀는 거다. 특히 특정 이벤트가 몰릴 때 threshold 설정하는 게 진짜 난관이었다. 다들 브레이즈 같은 CRM 툴이랑 연동해서 메시지 쏘면 매출 바로 올라갈 것처럼 말하는데, 정작 데이터를 깨끗하게 정제하지 못하니까 메시지가 엉뚱한 사람들한테 날아가는 사태가 벌어지더라. 어제는 퇴근 전에 이거 좀 손보려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사무실을 나왔다.
파트너사 컨설팅은 받았는데 뭐가 남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에이비일팔공 같은 곳에서 컨설팅도 받고 세미나도 다녀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문제랑 강연장에서 듣는 얘기는 결이 너무 다르다. 강연장에서는 다들 AI로 초개인화를 완성했다느니, 그로스 엔진이 어쩌고 하는데, 당장 나는 앱 내에서 유저가 영수증 인증하고 포인트 받는 구간에서 이탈률이 왜 40%가 넘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게 급하거든. 비싼 라이선스 비용 내고 컨설턴트 불러도 ‘이벤트를 잘 심으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니까 가끔은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툴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우리 서비스 규모에 비해서 너무 거창한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엑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현실 사이
예전엔 그냥 엑셀 피벗 테이블 돌리면 다 보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데이터가 너무 쌓여서 앰플리튜드 없으면 아예 손도 못 대는 상태가 됐다. 이게 데이터의 노예가 된 건지, 아니면 정말 똑똑하게 일하고 있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간다. 특히 이번 달은 마케팅 성과 좀 올려보겠다고 이것저것 세팅하다가 정작 본질인 콘텐츠 질은 더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DMP 연동해서 타겟팅 정교하게 하면 뭐 하나, 정작 유저들이 앱 들어왔을 때 보여줄 콘텐츠가 부실한데. 어제도 앰플리튜드 들여다보다가 멍하니 창밖만 봤는데, 이게 진짜 성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냥 내 만족을 위한 숫자 놀음인지 좀 불안하다. 다음 주에는 브레이즈 연동 건으로 또 회의가 있는데 벌써 피곤해진다.
저도 처음에 SDK만 붙으면 되려나 생각했는데, 이벤트 설계의 복잡성을 체감하네요. 데이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