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 하나가 회사를 어떻게 흔드는지 옆에서 지켜봤다

남의 글 하나가 회사를 어떻게 흔드는지 옆에서 지켜봤다

보도자료 하나가 가진 이상한 무게감

며칠 전 사무실 옆자리 동료가 갑자기 한숨을 쉬면서 모니터를 가리켰다. 우리랑은 전혀 상관없는 업종인 HD현대중공업 관련 뉴스였는데, 누군가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려서 회사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는 기사였다. 단순히 ‘누가 뭘 했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홍보 활동 자체가 마치 사고를 덮으려는 시도인 것처럼 프레임이 짜였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보면서 옆에서 일하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평소에 우리가 생각하는 마케팅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칼날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낙인이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뉴스 클리핑 서비스도 아니고 매번 이런 기사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을 시간은 없는데, 그날따라 그 기사가 왜 그렇게 눈에 박혔는지 모르겠다.

홍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갑자기 생각난 건데, 얼마 전에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 사건 때문에 나라가 한바탕 뒤집혔을 때였다. 범인이 잡히고 나서 뉴스에 나온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홍보하려고 그런 미친 짓을 했다는 거다. 홍보라는 게 결국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데, 그 관심의 수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 건지 가끔 섬뜩할 때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검색 광고나 인스타그램 마케팅도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행위 아닌가. 누군가는 예술 무대 하나를 알리려고 정성스럽게 콘텐츠를 만들고,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고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인다. 그 사이에서 정당한 마케팅의 선이 어디인지 가끔 길을 잃는 기분이다.

10년 전보다 훨씬 더 교묘해진 온라인의 냄새

최근에 주성하 기자가 쓴 글 중에 북한의 온라인 대외 선전이 예전보다 훨씬 진화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냥 단순한 텍스트 나열이 아니라, 관광객은 절대 갈 수 없는 각도에서 찍은 영상이나 장소를 활용한다는 거다. 이게 참 무서운 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진짜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전에는 그냥 블로그에 글 몇 개 올리면 그만이었는데, 요즘은 리브랜딩이니 뭐니 해서 영상부터 숏폼까지 다 건드려야 하니까 피로도가 장난이 아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통 제대로 된 마케팅 회사에 의뢰해서 프로젝트 하나 돌리려면 몇백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 예전에 50만 원 정도면 해결되던 시절이랑은 아예 판 자체가 달라졌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건지 가끔 의심이 든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울릉도 독도 홍보 기사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 경상북도에서 주관하는 행사였는데, 이게 정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울릉도를 가고 싶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그냥 행정적인 실적을 위한 숫자 놀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해서 당장 내일 해야 할 검색 광고 세팅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가끔 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예전에는 마케팅이라는 게 단순히 우리 제품을 알리는 일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온라인 평판 관리니 리브랜딩이니 하면서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졌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히 살던 시절이 더 나았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내일로 넘어간다

결국 명예훼손 수사 의뢰 기사로 시작해서 광고의 진정성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내일도 나는 똑같이 키워드 잡고 문구를 수정하고 있겠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점점 더 피곤한 세상으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모니터 앞에서 누군가 검색한 결과물들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이 중에서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골라낼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결론만 내렸다. 내일은 좀 더 효율적인 광고 집행이 가능할까, 아니면 또 비슷한 기사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까. 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붙잡고 있는 것 같다.

댓글 2
  • 울릉도 홍보 기사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진짜인지, 아니면 그냥 숫자 놀음인지 계속 궁금하네요. 특히 북한 선전 영상처럼,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 정말 흥미로운 관찰이네요. 특히 영상이나 장소를 활용한 선전 방식이 단순히 글을 넘어선 효과를 내는 점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