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A라는 단어 때문에 시작했던 블로그가 꼬이기 시작했다

CPA라는 단어 때문에 시작했던 블로그가 꼬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키워드 검색량만 보고 시작했다

한참 제휴 마케팅이라는 걸 기웃거릴 때였다. 그때 머릿속에 박혀있던 건 딱 하나였다. 단가가 높은 걸 건드려야 한다는 강박. CPA, 그러니까 ‘Cost Per Action’ 방식이 수익성이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듣고 무작정 키워드 도구를 켰다. ‘CPA’라는 세 글자를 넣었더니 웬걸, 온통 공인회계사 이야기뿐이었다. 그때는 그게 내가 알던 그 회계사가 아니라 마케팅 용어인 줄만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착각이었는데, 그때는 사이버대학 광고를 올리면 사람들이 줄 서서 신청할 줄 알았다. 2년제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같은 건 꽤 흔한 광고였으니까. 광고주 페이지 들어가 보니 건당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를 준다기에 눈이 돌아갔던 것 같다.

전문직 시험 응시 자격이라는 벽

글을 쓰려고 정보를 찾다 보니 점점 늪에 빠졌다. 9월 개강반이니 2027년 전기 학위니 하는 내용들을 섞어서 글을 써야 하는데, 막상 쓰다 보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회계학 기초는커녕 재무회계가 뭔지 부가가치세가 뭔지도 모르는데, 전문직 시험 응시 자격 준비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글을 쓰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글 한 편 쓰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회계학’이나 ‘법인결산’ 같은 단어들을 문맥에 맞게 넣으려고 억지로 짜 맞추다 보니 이건 뭐 사람이 쓴 글인지 기계가 돌린 글인지 분간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애초에 내가 CPA라는 단어를 공인회계사로 인식하고 정보를 찾았어야 했는데, 그냥 ‘상담 신청’이라는 액션만 나오면 되는 줄 알았던 게 화근이었다.

은행 채용 기사를 보며 든 회의감

그러다 우연히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이 회계사들을 핀셋 채용한다는 기사를 봤다. 실제 회계사들도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서 ‘쉬었음’ 인구가 된다는데, 내가 블로그에 몇 자 적는다고 사람들이 진지하게 학위 따려고 상담 신청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게다가 숭실대나 아주대 같은 대학 경영학과 아웃풋 순위까지 찾아보며 ‘전문직 고시반 지원’이라는 내용을 긁어모으는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다. 내가 하는 건 마케팅이 아니라 그냥 남의 블로그 글을 교묘하게 요약해서 짜깁기하는 수준이었다. 가끔 스마트폰 광고나 재무회계 관련 키워드를 넣어도 실제 유입은 없고, 엉뚱한 사람들만 클릭했다 나가는지 체류 시간도 형편없었다.

곤충 사육 업체와 회계사의 상관관계

최근에는 ‘프로틴 카피탈’인가 하는 곳에서 곤충 사육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글까지 썼다. 하버드 MBA 출신 회계사가 곤충 사업을 한다는 기사를 보고, ‘이것도 CPA 관련 키워드인데?’ 싶어서 급하게 엮어보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왜 그랬나 싶다. 곤충 사육과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 자격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걸 한 지붕 아래에 넣으려고 했는지. 결과적으로 글은 누더기가 되었고, 조회수는 처참했다. 블로그 지수는 오히려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얻은 건 곤충 사육에 대한 얕은 지식뿐이다.

멈춰야 하나 계속해야 하나

매달 나오는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이나 법인결산 시즌이 되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때마다 ‘이 키워드 써야 하나?’ 싶어서 다시금 CPA를 검색창에 넣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쓴 글을 보고 진짜로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거나 학점은행제를 등록할 사람은 없다는 걸. 전문직 커뮤니티에서 회계사들이 일자리 없어서 힘들어한다는 글을 볼 때마다, 내가 쓴 광고성 글들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느껴져서 괜히 민망해진다. 오늘도 노트북을 켜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음에 또 글을 쓰게 될지, 아니면 그냥 이 계정을 접어야 할지 결론도 나지 않은 채로 창을 닫는다.

댓글 1
  • CPA라는 용어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부분에 공감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회계 지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